행복한 가족, 패밀리그램

육아/삐약이

삐약이가 남긴 것들 - 공허, 그리고 사랑

패밀리그램 2024. 11. 25. 23:22
삐약이가 고향(?)으로 돌아간 거실은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솜털 먼지가 춤추던 소란스러움은 사라지고, 로봇 청소기는 텅 빈 공간을 꼼꼼히 누비며 삐약이의 흔적을 지워나갑니다.

거실은 깨끗해졌지만, 마치 여백처럼 남겨진 삐약이의 빈자리는 공허함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아내는 바쁜 오전 시간을 보내고 나면 문득 습관처럼 삐약거리던 병아리 소리를 찾습니다.

늦은 밤까지 일할 때면 간헐적으로 들려오던 삐약이의 울음소리,

주변 소리에 놀라 울던 삐약이의 모습이 떠올라 이상하게 공허하고 상실감이 밀려옵니다.

 

 

이번 일로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겨우 두 달 남짓 함께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실감에 빠질 줄이야.

태어난 지 4주였던 삐약이는 2주가 지났을 무렵부터 가족들을 알아보고 졸졸 쫓아다녔습니다.

그 작은 생명체가 보여준 애정은 저희 가족에게 큰 기쁨이었고, 그래서 이별이 더욱 아픈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교감의 수준이 높은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느끼는 슬픔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슬픔을 가늠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야 했던 삐약이,

삐약이가 떠난 자리에는 공허함과 슬픔이 남았지만,

동시에 소중한 감정 하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서로에 대한 사랑입니다.

아들과 아내가 이전보다 더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이 감정이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습니다.

 

삐약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가족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