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결혼식, 뒤늦게 발견한 숨은 조연들목
주변보다 일찍 가정을 꾸렸던 20대의 결혼은 돌이켜보면 참으로 미숙했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나 하나 챙기기에도 벅찼고,
사랑하는 이와의 사소한 다툼조차 양보하지 못해 날을 세우곤 했죠.
내가 주인공이어야만 했던 그 시절의 결혼식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서툰 시작이었습니다.
최근 40이 넘어 첫발을 내딛는
오랜 친구의 청첩장 모임에서, 결혼준비는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담담하게 "많은 것을 양보하며 지내고 있다"고 답하더군요.
인생의 굽이굽이를 지나오며 양보가
곧 사랑의 다른 이름임을 깨달은 어른의 답변이었습니다.
실제로 마주한 그의 결혼식은 20대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자신들보다 하객을 먼저 배려하고, 예식의 마지막엔 부모님을 향한
감사의 영상 편지를 띄우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느린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부모님의 젊은 날들과
그 위에 흐르는 선율을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화려한 드레스와 조명 아래 신부가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라지만,
그 무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청춘을 희생하며 버텨온
부모님들이야말로 진정한 숨은 조연이었다는 것을요.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나를 비추던 조명을 잠시 끄고,
어둠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주변 사람들을
하나둘 찾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싶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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